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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 / 한강
한강이 가슴을 연다 여윈 어미의 가슴처럼 주름진 강심(江心)이 소리 없이 열려 흐른다
얼어붙은 겨울 속으로 숨죽이며 흐느낌으로 흐르던 눈물 강물
봄은 멀은데 멍든 가슴, 지치인 노동에 탄식하며 탄식하며 쓰러져 몰아치는 찬 바람에 다시 아귀찬 이를 물며 일어서 흐르는 사랑이여 모진 생명이여
강물은 흐르고 더러움과 오욕에 뒤섞여 거칠은 한강은 흐르고 살얼음을 뒤척이며 어두운 겨울 속으로 봄을 부르며 봄을 부르며 소리 없이 열려 흐르는 눈물이여 강물이여
노동의 새벽, 풀빛, 1984
박노해 시인 / 허깨비
내일 아침 신문에 국회가 해산되었다 해도 우린 놀라지 않는다
노총이 없어졌다 해도 우린 더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밥 찾는 몸부림에 철퇴를 내리는 사법부의 판결에도 우린 더 이상 애통해하지 않는다
먹물들이 개소릴 해도 중놈, 신부, 목사란 놈들이 씨나락을 까도 언론이 물구나무 서도 우린 분노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애절한 사랑, 떨리는 소망과 비원을 배신한 저 달콤한 포장을, 허깨비를 우린 더이상 기대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그대들이 어쩔 수 없이 비춰 준 것들에 우린 만족하지 않겠다 죽음 같은 노동과 삶이, 핏발 선 싸움이 준 이 뼈저린 각성으로 마땅히 찾아야 할 우리 것을 더이상 버려 두지 않겠다 살기 좋은 이 강산은 그대들의 땅 우린 더이상, 허깨비에 홀리지 않는다
노동하는 우리들의 땅 우리들의 내일 우리들의 꿈으로 온 세상 하나되어 손에 손 잡는 벅찬 새날을 위하여 우리는 우릴 가로막는 저 달콤한 허깨비를 부수며 나갈 것이다
노동의 새벽, 풀빛,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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