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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 겨울의 노래
이 겨울 너의 정직은 얼지 않았다 영하 20도 혹한 꼼짝 못하는 하늘의 명령에도 기어이 흐르고 흘러야 할 결코 멈출 수 없는 너의 정직
살 깊이 출렁이는 파도 아래 푸르게 푸르게 흐르는 눈물 혼자 죽고 혼자 죽은 몇 번의 죽음도 얼지 않았다
죄를 지어야 피가 도는 꿈이 되는 삶이 되는 업보 끈끈한 땀도 얼지 않았다
몇천년 전 예루살렘 땅 돌맞아 쓰러진 창녀를 알지 피묻은 돌 수세기의 잠을 깨고 내 침상(枕上)에 와 내 얼지 않는 정직을 향해 날아들었지
창녀는 죽고 너의 정직은 돌에도 죽지 않았다 결코 죽지 않는 너의 정직 세상 곳곳에서 죄의 이름으로 추방될지라도 어리석음일지라도 네 정직의 뿌리는 눈물에 잠기고 얼지 않으리라 얼지 않으리라 너의 정직은 오늘도 돌을 맞는다.
다만 하나의 빛깔로, 문학사상사, 1987
신달자 시인 / 겨울 침상(枕上)
한사발 냉수에 큰 바다가 들어와 쓰러져 있다.
이미 폐수가 된 눈물이 천길 수심(水深)속 기둥을 세우고 체온을 떠난 나들이 옷이 찬기 뻗히는 벽에 걸려 수의(壽衣)의 냉동함을 자아내고 있다.
얼지 않는구나 물은 싸늘히 죽어 갔지만 짜고 짠 고뇌는 얼지 않는구나 오 얼지 못하는 나의 시장기 가시 고드름 속 내 잠자리 얼지도 못하는 피의 요동(搖動)
어느 명령보다도 더 단호히 약한 것을 얼게 하는 이 겨울에 눈물을 흘리는 자(者)는 얼음을 깨어라
우리들 머리맡께 더 싸늘히 숨죽인 얼음 눈송이 같은 묘비가 보인다.
餠ï 축제, 조광출판사,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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