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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병록 시인 / 눈썹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3.

유병록 시인 / 눈썹

 

 

  침이 흐른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고통이 지나갈 때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일그러지는

 

  저기 무성한 숲이 있었다니

  욕망의 키를 재어볼 수 있는 나무가 있었다니

  그 나무들을 베어

  식탁과 책상을 만들었다니

 

  저 숲을 밤새도록 흔들어대던

  폭풍의 밤은 지나갔다

  숲에서 벌어졌던 몇 가지 연애 사건도

  모두 소문이 되었다

 

  구부러진 나무 몇 그루

  간신히 대칭의 무늬를 이루고 있는 숲

  금이 간 자연의 비유는

  복원되지 못한다

 

  날개가 상한 나비처럼 벌레 먹은 나뭇잎처럼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이

  곧 무너져 내릴 대칭의 세계

 

  그녀가 웃는다 혹은 운다

  죽기 전에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펼쳐 보이듯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1월호 발표

 

 


 

유병록 시인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창비, 2014)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