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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시인 / 천국의 나날
천국의 나날을 사는 동안 신은 늘 너무 먼 곳에 있었다 황량한 마을 공한지에 핀 낡은 꽃잎처럼 마음이 엷어질 때 마리아를 불렀다. 마리아 당신의 등에서 어떤 외로움이 낸 물길을 바라본다 마리아 내 성기는 이미 사타구니 살에 붙어 버렸다 천국의 나날을 사는 동안 불행의 구름들은 늘 나를 조준하였지만 당신 등에 기댄 내 얼굴은 행복했었다고 고백하겠다 어떤 서원(誓願)도 내가 당신의 과거를 생각하는 일보다 위대하지는 않다 당신의 윤기 흐르는 머리칼을 생각하는 일보다 깊은 심연은 없다 지금, 여기 내 발에 고인 먼지를 당신의 머리칼로 닦아준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항아리를 등에 지고 당신이 허리를 숙인다 죽으면 안 되는 것들은 지상엔 없다 당신의 허리에서 솟아나온 하나의 목소리 천국의 나날들이 지겨워질 때 까마귀 한 마리가 들판을 건너간다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건 없다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건 없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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