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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우대식 시인 / 천국의 나날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3.

우대식 시인 / 천국의 나날

 

 

  천국의 나날을 사는 동안

  신은 늘 너무 먼 곳에 있었다

  황량한 마을 공한지에 핀 낡은 꽃잎처럼

  마음이 엷어질 때

  마리아를 불렀다.

  마리아 당신의 등에서

  어떤 외로움이 낸 물길을 바라본다

  마리아 내 성기는 이미 사타구니 살에 붙어 버렸다

  천국의 나날을 사는 동안

  불행의 구름들은 늘 나를 조준하였지만

  당신 등에 기댄 내 얼굴은

  행복했었다고 고백하겠다

  어떤 서원(誓願)도 내가 당신의 과거를 생각하는 일보다

  위대하지는 않다

  당신의 윤기 흐르는 머리칼을 생각하는 일보다

  깊은 심연은 없다

  지금, 여기

  내 발에 고인 먼지를 당신의 머리칼로 닦아준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항아리를 등에 지고

  당신이 허리를 숙인다

  죽으면 안 되는 것들은 지상엔 없다

  당신의 허리에서 솟아나온 하나의 목소리

  천국의 나날들이 지겨워질 때

  까마귀 한 마리가 들판을 건너간다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건 없다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건 없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1월호 발표

 

 


 

우대식 시인

1965년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 숭실대 국문과 졸업. 아주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9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천년의시작, 2003) 와 『단검』(실천문학사, 2008) 그리고 그 밖의 저서로는 『해방기 북한 시문학론』(2005)이 있음. 「해방기 북한 시문학 연구」로 박사학위 받음.  2013년 제18회〈현대시학〉작품상 수상. 현재 평택 진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中. 숭실대 국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