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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은 시인 / 팀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4.

오은 시인 / 팀

 

 

  일 분 안에 달아올랐다가

  일 초 만에 등을 돌린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역사

 

  그러나 영원하지 않다

  순간만이 영원하다

  영원히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국기가 올라간다

  국가가 울려 퍼진다

 

  이마를 맞대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네 손등 위에 내 손바닥을 포개고

  우리는 굳은살처럼 단단해진다

  사이좋게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눈빛은 언제나 강렬해야 한다

 

  일 분 만에 얻은 기회가

  일 초 안에 기포가 된다

  일분일초가 아득한 역사

 

  그러나 기억하지 않는다

  단지 나만 기억한다

  기억의 중심엔 나만 있을 뿐이다

 

  한쪽은 이기고

  다른 한쪽은 졌다

  입 냄새에는 땀 냄새로 응수한다

  사이좋게

 

  두 팔을 올리고

  침을 뱉는다

  국기가 내려간다

  국가가 들어설 공간은 없다

 

  출구에서는 너도나도

  안녕, 안녕

 

  구현되는 뿔뿔이 민주주의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0월호 발표

 

 


 

오은 시인

1982년 출생.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민음사, 2009)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2013),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 2016)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