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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개망초꽃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우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 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랭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정호승 시인 / 겨울 강에서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새벽편지, 민음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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