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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달자 시인 / 곡선(曲線)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4.

신달자 시인 / 곡선(曲線)

 

 

손 끝에서

책상 모서리에서

연기가 피어 오른다.

 

손닿은 모든 것에서

보이지 않게 재가 떨어져 내린다.

 

잘라져 나가거나

꺾이는 것은 문명(文明)

순리(順理)대로

조용하고도 슬프게

닳고 있는 모서리.

 

연기가 피어 오른다.

연기가.

보이지 않으면서

코가 매운 오늘의 기침.

 

재가 흩어진다.

닿으며 각기 나누는

뜨거움의 소모(消耗)

 

닳고 있다.

중지되지 않는

한 생애(生涯)의 아름다운 곡선(曲線).

 

餠ï 축제, 조광출판사, 1976

 

 


 

신달자(愼達子, 1943~ ) 시인

경남 거창에서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72년 《현대문학》을 통해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봉헌문자』, 『겨울축제』, 『모순의 방』, 『시간과의 동행』, 『아버지의 빛』, 『아가』, 『아버지의 빛』 등과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외에 산문집 『백치애인』,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등이 있음. 19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1998년 '향문화대상, 2001년 시와 시학상, 2004년 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