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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예현연 시인 / 생환(生還)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4.

예현연 시인 / 생환(生還)

 

 

  이른 봄의 꽃을 바라볼 때면 잠시

 

  시공간이 어긋난다.

 

  인간의 언어가 들리지 않는 곳,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 무중력의 상태로 떠 있게 된다.

 

  그 곳에선 짐승도 세월도 숨을 죽이고,

 

  고요히 꽃을 들여다보는 나와

 

  나를 바라보는 꽃만이 마주한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서글퍼지기까지 하는 이유.

 

  나는 살아 있다고 악을 쓰듯 활짝 입 벌린 꽃과 마주칠 때마다

 

  처음 마주치는 풍경인 것처럼 두근거리게 되는 이유.

 

  꽃은 이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므로.

 

  긴 겨울을 홀로 견디고 돌아와

 

  삶과 죽음 사이에 피어 있는 외롭고 아픈 것이므로.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발표

 

 


 

예현연 시인

1978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유적〉이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