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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 / 정체 모를 말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했다.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은 어른들과 태어나자마자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아이들. 누군가 그 말을 할 때는 더 의로운 누군가가 옆에서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보라! 태양과 깃발로 완성되는 한낮이도다! 사람들은 그러고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뭐라고? 누가 방금 뭐라고 했지? 주위를 둘러보지만 입술은 닫혔고 이슬은 말랐고 꽃은 시들고 빛은 꺼졌다. 사람들은 누군가 잔기침을 한 것뿐이라고. 머릿속의 게으른 생각보다 몸속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의 발굽이 한발 더 앞섰던 거라고.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방금 그 말을 한 사람이 침묵의 열쇠로 슬픔의 돌무덤을 열고 들어가 그 안에서 홀로 부스러지며 사위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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