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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 / 삶에게
사방으로 허둥대며 어디로 간다 발목에는 굵은 쇠사슬을 달고 네가 어디로 확실하게 간다
광화문(光化門)이나 신촌(新村) 어디로 가든 길은 안 보이고 입 앙다물고 버티어 선 가죽같이 질긴 끈 아무리 끊으려도 끊어지지 않는다 공기처럼 핏줄처럼 잘라도 잘라도 그것은 쇠사슬쇠사슬쇠사슬
나는 그곳에 덜컹덜컹 자물쇠를 채웠다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세월은 갔다.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천양희 시인 / 서로보기
달리는 것이 무서워져 서 있으려 한다
한줄기 아스팔트를 피해 주저없이 억울하지 억울하지 너혼자 서 있는 것은 달려가는 사람들이 비웃으며 맹렬히 비웃음 속으로 달려간다
빌어먹을, 온몸 송두리째 개같이 짖어대며 시시각각 한줄에 꿰어 달려간다
어디서나 우왕좌왕 달려가고 달려가고 달려가고 억울하지? 억울하지? 너 혼자 서 있는 것은 그림자가 슬그머니 나를 따른다.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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