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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인 시인 / 봄을 기다리는 방백
물조리게를 들고 있는 당신, 녜 물을 주세요 그녀가 기다리니까요 주르륵 혹은 점.점.점............. 물조리게를 기울여서 똑똑 노크하세요 그녀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꽃, 일반 명사인 그녀를 위해서 채송화든 나팔꽃이든 작약이든 아아― 말희든 초희든, 꼭 고유명사가 아니면 어때요 만에 하나 사양할까봐서라고요 오 천만에 '배 고프다' 뇌리로부터 전언이 올 때 밥 들여 보내도 좋으냐 위나 장에게 물어본 적 있나요 아니잖아요 몸이 기다리니까 몸이 원하니까 꽃이란 가장 꽃답기를 누군가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아주기를 그리고 흠뻑 받아 젖기를 그리하여 물 방울방울 머금은 구름꽃, 향기로운 꽃구름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죠
사람 하는 짓거리가 다 구름일 뿐이지만 사람이 생각하듯이 생각한 만큼 주기를 받기를 나누기를 기대하듯이 말이죠 그녀에게 샘물을 퍼 주어요
꽃, 한낱 글자에 왜 물을 주냐고요? 당신은 너무 따져요 논리만 있는 인간치고 하는 일이 없어요 분별치 마세요 힘의 논리든 시장의 논리든 전쟁을 부를 뿐이죠 전쟁의 역사를 만들어 온 것들 과학? 과학자? 착각하지 마세요 과학은 따지지 않아요 거기 있는 것, 그것일 뿐 있는 사실을 드러내고 알려줄 뿐 눈먼 수다장이들과는 다르죠
누구셨더라 꽃이란 글자에 물을 흠뻑 주시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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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그냥 돌일 뿐인 별 하나에 물 흠뻑 주시는 하느님 봄이 오쟎아요 초록별이 눈부시잖아요 하느님도 그렇게 생뚱맞으세요
엉뚱한 놈에게 떡 하나 더 주세요 세상이 재미있어져요 네모진 세상말고 삐뚤빼뚤 물렁물렁한 못난이 세상, 잼 있는 세상 당신, 물을 주세요 신 초록들이 터져 나올걸요 눈물의 웃음의 기원의 사랑의 쓰거운 나의 너의 싱거운 싱그런 말간 멀건 비린 물을. 대지는 모두를 안아요
초 사흘 그러니까 오늘이죠. 새벽 3시, 한참 단잠인 제게 하느님께서 물을 추루룩 추루룩 퍼 부우셨는데요 아차, 오늘이 원고 마감날였나 봐요 딱딱한 제 머리통에서 자모음들이 자라 나오더니 새나오더니 이렇게 지질맞은 방백 같은 긴 독백 같은 것들이 끝간 데 없이 늘어 섰네요 잠이 덜 깼거든요 퇴고도 하시겠단 걸 말렸어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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