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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시인 / 오전의 버스
빛이 왔다. 열시 무렵 버스창에 너울대는 형태로. 추돌사고로 정체된 도로에서 연좌농성중인 차창들 빛을 나눠가지네. 눈 뜨기 힘드네. 도로복판에 돌멩이처럼 박혀있는 우리. 국경 넘는 난민들 같네. 가고자 하는 마음을 뒷전으로 미룰 때에야 흘러간 길로 들어갈 수 있네. 남자가 버릴 때 직장이 버릴 때 그 짧은 순간엔 어디서나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햇빛이 두 눈 덮쳤네. 시간아, 언제나 열패의 아뜩함을 주었지. 캄캄한 절망을 열(列)이라 부르던가. 낙오가 낙오를 거듭하였네. 한시바삐 시간을 돌리는 크로노스여, 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찾았으나 또 얼마나 떨쳐버리려 했던가.
지구별 통로가 탈난 모양이네. 사랑의 여정도 병목일런가. 날더러 생고역쯤에서 기다리라네. 지구는 눈금반 시계처럼 둥글어라. 차량은 떠날 차비로 바빴어라. 환생이 주어진대도 나 이제 속 뜨건 사람이고 싶진 않어라. 험로를 뚫고 제일로 빠르게 일차선이 풀리네. 억지로 차량들 빠져나가네. 어쩌나. 네 생각을 기어코 떨치고 가네.
웹진 『시인광장』 2016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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