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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 / 술래
이세상 바람소리 다 맞으며 빈몸 걸칠 것도 없이 두꺼운 인연 하나씩 벗는다
풍지박산 내 뼈가루 바람에 날리고 철천지 한(恨)의 모가지 하나 구천 먼곳까지 너를 부른다
터져라, 터져라 녹슨 끈도 터져버려라 이승에서 눈 가리고 떠돌던 술래 허공으로, 허공으로 나를 풀어다오 나를 풀어다오 날마다 너를 불러내는 소리 저 치명적인 소리 들릴듯 들릴듯 나는 지금 깨었는가 깨었는가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천양희 시인 /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나는 이제 이유없이 여유가 없다 나라도 바꾸고 날줄을 타고 말을 바꾸고 두고 갈 것 아무것도 없이 바꾸리, 자신있게 말하는 그대 곁에서 약소한 일 하나 바꾸지 못하고 단지 낡은 문패 하나 바꾸었을 뿐이다
그래도 좋아 그래도 좋아 헛소리처럼 내가 짖어댄다 이런 날에는 잡동사니 잡념(雜念)도 잊어버리고 앞뒤 틀린 문장같이 틀린 인생도 잊어버린다
엄청나게 달라진 어제와 오늘 나도 엄청나게 달라져야 하지만 살다 쓰러졌다 일어서는 평생(平生) 다가서는 나는 보이지 않고 보인다 보인다, 줄어든 행복 줄어든 눈물 동요도 없이 동요도 없이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낡은 문제 하나 바꾸었을 뿐이다.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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