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달자 시인 / 빨래
가내(家內) 붙일 곳 없는 마음.
흔들리는 물속에 옷을 담그다.
비누를 풀면 안개 자욱한 역두(驛頭)에서 손이 시린 여자(女子) 옷을 주무르면 쓸쓸한 해로(偕老)에 잠겨있는 문(門)이 보인다.
방망이를 두드린다. 출렁이는 물속에 가셔지는 때
가셔지지 않는 때를 비벼 문지르면 조금씩 열리는 문(門) 물에 헹구면 다시 닫혀진다.
물을 짠다. 꼬우며 물을 빼는 불타는 인내(忍耐)
십자가를 지듯 태양(太陽) 아래 몸을 말리는 옷속으로 돌아오는 여자(女子)
빨래줄에 걸쳐진 그녀의 방황(彷徨)은 증발(蒸發)한다.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3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승호 시인 / 밤의 힘 외 1편 (0) | 2020.01.20 |
|---|---|
| 최하림 시인 / 날마다 산길 3 외 1편 (0) | 2020.01.20 |
| 정호승 시인 / 무악재 외 1편 (0) | 2020.01.20 |
| 천양희 시인 / 술래 외 1편 (0) | 2020.01.20 |
| 김윤이 시인 / 오전의 버스 (0) | 202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