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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달자 시인 / 빨래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0.

신달자 시인 / 빨래

 

 

가내(家內)

붙일 곳 없는

마음.

 

흔들리는 물속에

옷을 담그다.

 

비누를 풀면

안개 자욱한 역두(驛頭)에서

손이 시린 여자(女子)

옷을 주무르면

쓸쓸한 해로(偕老)에

잠겨있는 문(門)이 보인다.

 

방망이를 두드린다.

출렁이는 물속에

가셔지는 때

 

가셔지지 않는 때를

비벼 문지르면

조금씩 열리는 문(門)

물에 헹구면

다시 닫혀진다.

 

물을 짠다.

꼬우며 물을 빼는

불타는 인내(忍耐)

 

십자가를 지듯

태양(太陽) 아래 몸을 말리는

옷속으로

돌아오는 여자(女子)

 

빨래줄에 걸쳐진

그녀의 방황(彷徨)은

증발(蒸發)한다.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3

 

 


 

신달자(愼達子, 1943~ ) 시인

경남 거창에서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72년 《현대문학》을 통해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봉헌문자』, 『겨울축제』, 『모순의 방』, 『시간과의 동행』, 『아버지의 빛』, 『아가』, 『아버지의 빛』 등과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외에 산문집 『백치애인』,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등이 있음. 19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1998년 '향문화대상, 2001년 시와 시학상, 2004년 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