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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 겨울행(行)
열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굴뚝각시, 오상, 1985
나태주 시인 / 굴뚝각시 1
사방 십리 안에서 잔치가 열리거나 초상집이 생기면 어떻게 그리 용하게 아는지 찾아 와서는 일도 거들고 잔심부름도 곧잘 하는 굴뚝각시.
일러 주는 사람도 있을 리 없으니 코로 냄새 맡아 아는지 모를 일이다만 용하게 찾아와 음식도 달라해 먹고 술도 청해서 먹고 취하면 아무데서나 쓰러져 잠드는 굴뚝각시.
어제는 우리 교회 목사님 취임하시는 날 또 용케 불청객으로 찾아와 그 누런 이빨 드러내 웃으며 차린 음식 자기가 먹지 않으면 쉬어서 못쓰게 되니 어서 상차려 오라며 호령호령하더라는 거였다.
궂은 일 기쁜 일에 빠지지 않는 굴뚝각시. 이 땅 위의 일등손님이요 하늘나라의 일등주인인 굴뚝각시.
굴뚝각시, 오상,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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