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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별들은 따뜻하다, 창작과비평사, 1990
정호승 시인 / 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새벽편지, 민음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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