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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하림 시인 / 담쟁이덩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2.

최하림 시인 / 담쟁이덩굴

 

 

문예진흥원 뒤에 있는 토탈디자인의

벽을 감아올라간 담쟁이덩굴이 비바람 맞아

참을 수 없는 충격으로 설레던 날은

한 도시에서 다른 모양으로 사는

너를 생각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지

그러나 나는 너를 생각하기 전 어두운 동요들이

일어나는 잎들의 돌연함에 놀라 떨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잎들의 괴로움이 있을 것이다

깜짝깜짝 깨어나는, 전율도 있을 것이다

담쟁이 덩굴에서 비바람 소리 들린다

우리가 우리 그림자 뒤돌아볼 때

우리 시선이 머문 그곳으로

불길한 시간이 흔적 없이 지나간다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문학과지성사, 1991

 

 


 

 

최하림 시인 / 떠난 자를 위하여

 

 

오늘도 먼 데서 밤은 함뿍 내리고

바람마다에 우거진 숲이 부우연 머리를 흔드는데

손 하나 허공에 뻗을 수 없이 적막이 내린다

내리는 적막 속에서 여인들이 소리없이 와

떠난 자를 그리는 슬픔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물 위에 밀리는 달빛을 보고 서 있다

 

우리들을 위하여, 창작과비평사, 1976

 

 


 

최하림[崔夏林,1939.3.7 ~ 2010,4.22]  시인

1939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침묵의 빛』 그리고 시전집 『최하림 시 전집』 등이 있음 그 밖에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자유인의 초상』과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을 펴냄.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 수상. 전남일보 논설위원, 서울예술대학 교수 역임. 2010년 간암으로 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