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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 어두운 집
1
시력이 어두운 내 아이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마음으로 어미죄를 알아차린다. 제 마음 밖에 서성이는 어미 마음을 마음으로 바라보고 눈은 더욱 어두워진다.
2
안보여요 안보여요 아이는 동공을 조이며 세상을 들여다보며 안보여요 안보여요 눈밝은 어미 마음을 어듭게 한다. 나무를 보아라 꽃을 보아라 하늘을 보아라 안경을 끼운 날 아이는 더욱 어두운 표정을 하였다. 나무를 보기 전 꽃을 보기 전 아이는 먼저 어미의 마음을 본 탓일까.
3
밤눈까지 밝은 어미는 자정에야 집에 돌아왔다. 아이는 꿈속에서도 안경을 찾는지 두 손을 허전히 더듬고 있었다. 아이의 눈보다 더 어두운 어미 마음이 잡힐까 나는 물러서며 벽을 기대었다. 덕지덕지 죄가 발린 이마를 기댄 벽 위에 십자가가 어제보다 커져서 걸려 있었다.
4
안경알을 닦으며 나는 마음을 떨었다. 닦아지지 않는 내 영혼의 먼지 그 깊은 곳이 드러날까 마음이 죄었다. 닦은 안경을 받아 쓴 아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잘 보이니?」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아 더듬는 것은 어미의 젖은 마음이었다.
다만 하나의 빛깔로, 문학사상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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