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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 / 이 하루
정처없다 말하는 이 있어 자갈 물고 물구나무서니 편하군 편하군 세상 거꾸로 보니 편하다 말하는 이 있어 하루종일 숨통 죄다 지우고 물구나무선다
높은 것 위의 더 높은 것 높은 것들 사이에서 물구나무서서 거꾸로 피를 세우는 자 피를 위해 피 말리는 자 당기고 조이고 피를 흘리는군
높은 것 밑의 더 낮은 것 발바닥 밑의 더 낮은 것 밟히고 처박히고 피를 흘리는군 발바닥 밑에는 바둥거리며 숨통 하나가 언제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군.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평민사, 1983
천양희 시인 / 인천에 가서
연안부두에 불빛 시끄러운데 사람의 집들은 그들의 그림자를 숨기고 있다
외항선 몇 개 떴다 가는 날은 서울의 두통 서울에서 못 풀고 시퍼런 바다쪽으로 뛰어든다
파도는 갈기를 날리며 일어서고 섬들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오늘 항구에는 갈매기도 안 날고 오늘 바다에는 배 한 척 안 다닌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머지않아 밀물이 닥치리라 그러면 도시는 모든 입을 열고 사악한 새들을 날려 보내리라.
사람 그리운 도시에, 나남,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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