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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시인 / 滴ㅡ하여가
TV에서 복면을 한 가수가 하여가를 부른다 하여가? 그것은 고려 말 정몽주에 대한 이방원의 회유의 글이 아닌가 그 하여가를, 복면을 한 가수가 부르고 있으니 뭔가 흥미롭고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내뱉는 듯한 랩송의, 빠른 호흡의 리듬과 가사가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같기도 하지만 눈여겨 듣고 있으니, 쓸쓸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듯한 노래의 의미가 가슴에 젖어오기도 한다. “부푸는 내 맘속엔 항상 네가 있었어- 이제 너를 바라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지만 언제나 나만의 연인이라 믿어왔던 내 생각이 들키고 말았어“- 가사가 뒤죽박죽으로 뒤엉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게 툭 툭 끊어지고 토막이 나서 들리기도 하지만 뭔지 모르게 애잔한 우수가, 홀로 바닷가를 거니는 듯한 쓸쓸함이 가슴을 적셔오기도 한다 복면을 한 가수는 좋겠다 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 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슬픈 사랑 노래를 전혀 슬프지 않은 듯 부를 수도 있으니- 마치 양철북을 두드리는 철없는 꼬마 병정의 모습으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 하여가에 빗대어 이 시대의 햄버거식 사랑 같은-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저렇게 빠른 리듬의- 잘 알아듣지도 못할, 툭 툭 내뱉는 듯한 말투로 노래 부를 수도 있으니- 풍자건 해탈이건- 어떤 버라이어티도 허용 되는- 저 얼굴 없는 세계- 오직 노래로만 노래의 가치를 증명하는- 그 익명의 세계 마치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구어체의 리듬의 그 낯설음 속에서도- 저렇게 우수에 젖어 쓸쓸함에 젖어
웹진 『시인광장』 2016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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