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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 / 두물머리 부제: 두물머리에서 만난 북한강과 남한강이 주고받는 노래
조심조심 지뢰 사이를 지났지 긁히고 찢기면서 철조망도 넘었지 못다 운 넋들의 울음소리도 들었지 하얀 해골 덜 삭은 뼈에 대고 울면서 울면서 입맞춤도 하였지
내 몸에 밴 것은 눈물뿐이라네 쫓겨난 농투산이들 한숨뿐이라네 눈비 바람은 갈수록 맵차고 온 벌에 안개 더욱 짙어가지만 나는 보았네 땅 뚫고 솟는 빛살을 노래처럼 힘차고 굵은 빛살을
얼싸안아보자꾸나 어루만져보자꾸나 너는 북에서 나는 남에서 온갖 서러운 일 기막힌 짓 못된 꼴 다 겪으면서 예까지 흘러오지 않았느냐 내 살에 네 피를 섞고 네 뼈에 내 입김 불어넣으면 그 온갖 것 모두 빛이 되리니 춤추자꾸나 아침햇살에 몸 빛내면서
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
신경림 시인 / 먼 길
버릴 것은 버리고 줄일 것은 줄이자 아까울 것 없다 자를 것은 자르자 어둡고 먼 길을 떠나야 하니까 다가오는 어둠 끝내 밝지 않으리라 생쥐들 설치는 것쯤 거들떠도 볼 것 없다 불어닥칠 눈보라와 비바람 이겨내자면 겉에 걸친 것 붙은 것 몽땅 떨쳐버려야지 간편한 맨몸으로만 꺾이지도 지치지도 않고 먼 길 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 다 버리고 가지와 몸통만이 남거든 그래 나서자 젊은 나무들아 오직 맨몸으로 단단한 맨몸으로 외롭고 험한 밤길을 가기 위해서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 1993
신경림 시인 / 명매기 집
옛고장 사람들은 우리들더러 도망질쳤다 종주먹질하고 이 고장 사람들은 또 숨어들어왔다 눈흘긴다 저쪽에선 되돌아오지 말라 침 배앝고 이쪽에선 발 들여놓지 말라 금줄 쳐 막는다 달구지에 용달차에 화물차에 실려온 누더기라 헌 짐짝 서덜에 풀어놓고 산비알에 까맣게 움막을 치니 그래도 좋아라 갈갬질치는 내 새끼들아 이게 간데없이 명매기* 집이로구나 우리가 왜 모르겠느냐 너희 눈에 담긴 눈물이 머잖아 파랗게 불꽃으로 번득일 것을 활활 세상을 태우는 불꽃으로 타오를 것을
* 명매기:여름 한철 개울가 바위 벼랑에 집을 짓고 사는 새. 불길한 새라 하여 사람들이 동네 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제, 그 눈에서 파란 빛이 일면 큰 재앙이 온다는 얘기가 있음.
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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