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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3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4.

나태주 시인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3

 

 

몇 밤을 뜬 눈으로 새운

새우잠 끝에

또 몇 끼니를 거른

공복 끝에

비로소 보이누나

징검다리 건너가는

그대 맨발

찬물 소리 찰랑찰랑

살얼음도 으깨며 가는

깨끗하고 깨끗하여라

그대 분홍빛 발뒤꿈치

비틀비틀 햇무리에 어리누나

그대 눈에 내 눈에

빈 무지개 서누나.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나태주 시인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4

 

 

배가 고픈 날은 더욱 춥다

추운 날은 더욱 배가 쓰리다

창 밖에는 빗소리

술잔에 술을 따르듯

쉬임없이 이어지는

가을 빗소리

이 비 그치면 겨울이 오리라

얼음의 외투를 걸친 겨울이 문득

우리 앞을 막아서리라

그대도 이 빗소리 듣고 있는지,

얼룩진 유리창 안에 갇혀

이 빗소리 들으며

나를 생각하는지…….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