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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3
몇 밤을 뜬 눈으로 새운 새우잠 끝에 또 몇 끼니를 거른 공복 끝에 비로소 보이누나 징검다리 건너가는 그대 맨발 찬물 소리 찰랑찰랑 살얼음도 으깨며 가는 깨끗하고 깨끗하여라 그대 분홍빛 발뒤꿈치 비틀비틀 햇무리에 어리누나 그대 눈에 내 눈에 빈 무지개 서누나.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나태주 시인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4
배가 고픈 날은 더욱 춥다 추운 날은 더욱 배가 쓰리다 창 밖에는 빗소리 술잔에 술을 따르듯 쉬임없이 이어지는 가을 빗소리 이 비 그치면 겨울이 오리라 얼음의 외투를 걸친 겨울이 문득 우리 앞을 막아서리라 그대도 이 빗소리 듣고 있는지, 얼룩진 유리창 안에 갇혀 이 빗소리 들으며 나를 생각하는지…….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고려원,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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