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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시인 / 촛불은 말한다
봄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 가슴 속 어중이 떠중이 누더기 같은 흐지부지들이 어린 녹색, 연두 새싹 같은 자기 말 한 가지씩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어중이의 말 떠중이의 말 세상이 시끄럽다 연습곡이 울린다 내 마음의 흐지부지 흐지와 부지가 촛불 속에 타오른다 흐지가 연기가 되고 부지가 눈물이 된다 흐지부지는 손을 잡아 뭉쳐 5월에서 7월까지 촛불을 들고 서있다 비바람 속에서도 촛불을 들고 서있다 사람마다 연습에서 연주로 넘어가는 순간이 있다 연습곡이 어떻게 갑자기 연주곡으로 넘어가나 퓨즈가 확 타올랐다 다시 이어지는 그런 순간 믿어지지 않는 경탄, 경련, 어중이의 말 떠중이의 말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 자기를 넘어가는 순간이 있다 누구나 자기를 넘어가는 순간의 노래가 있다 자기 노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노래가 타올라 세상을 들고 잠시 하늘로 올라간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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