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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 사십(四十)
1
이제부터는 내리막 비탈길이다.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하는 길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버리면서 버리면서 가야 하는 길이다.
2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걸 갖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걸 누리지 못하는 건 섭섭한 일이다.
더구나 남들이 다 버리는 걸 버리지 못하고 사는 건 답답한 일이다.
3
물은 흘러간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며 흘러간다.
물은 울며 간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을 버리며 울며 간다.
그러나 물은 외톨이라는 점에서 나와 같다.
4
모든 사람으로부터 받는 찬사는 찬사가 아니다. 동지로부터 받는 찬사도 찬사가 아니다. 그것은 욕설이요 소음이요 낭떠러지로 가는 눈먼 길이다.
굴뚝각시, 오상, 1985
나태주 시인 / 삼월에 오는 눈
눈이라도 삼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굴뚝각시, 오상,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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