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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사십(四十)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8.

나태주 시인 / 사십(四十)

 

 

1

 

이제부터는 내리막

비탈길이다.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하는 길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버리면서 버리면서

가야 하는 길이다.

 

2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걸

갖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걸

누리지 못하는 건

섭섭한 일이다.

 

더구나 남들이 다 버리는 걸

버리지 못하고 사는 건

답답한 일이다.

 

3

 

물은 흘러간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며 흘러간다.

 

물은 울며 간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을

버리며 울며 간다.

 

그러나 물은

외톨이라는 점에서

나와 같다.

 

4

 

모든 사람으로부터 받는 찬사는

찬사가 아니다.

동지로부터 받는 찬사도

찬사가 아니다.

그것은 욕설이요 소음이요

낭떠러지로 가는 눈먼 길이다.

 

굴뚝각시, 오상, 1985

 

 


 

 

나태주 시인 / 삼월에 오는 눈

 

 

눈이라도 삼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굴뚝각시, 오상, 1985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