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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호승 시인 / 시인 예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8.

정호승 시인 / 시인 예수

 

 

그는 모든 사람을

시인이게 하는 시인.

사랑하는 자의 노래를 부르는

새벽의 사람.

해 뜨는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고요한 기다림의 아들.

 

절벽 위에 길을 내어

길을 걸으면

그는 언제나 길 위의 길.

절벽의 길 끝까지 불어오는

사람의 바람.

 

들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용서하는 들녘의 노을 끝

사람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워하는

아름다움의 깊이.

 

날마다 사랑의 바닷가를 거닐며

절망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그는

이 세상 햇빛이 굳어지기 전에

홀로 켠 인간의 등불.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정호승 시인 / 아리랑 고개

 

 

아리랑 고개 너머

찔레꽃 핀다기에

아리랑 고개 너머

공단(工團)이 선다기에

찔레꽃 그리워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새벽길 텃밭에서

어머니를 뿌리치고

봄날에 흘린 눈물

봄노래가 될 때까지

봄이 오는 아리랑 고개

홀로 넘는다

아리랑 고개 너머

그리움 있다기에

아리랑 고개 너머

슬픈 사람 산다기에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정호승 시인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새벽편지》 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이, 어른이 읽는 동화로 《연인》《항아리》《모닥불》《기차 이야기》 등이, 산문집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