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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 / 어느 정신병자의 고독
그는 밖으로 나갈 때 방 안에서 문을 노크한다. 보다 넓게 폐쇄된 공간으로, 열리는 문을 그는 보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 노크할 권리있는 존재, 즉 인간임을 주장하기 위해 그는 노크한다. 그러나 과연 아귀지옥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는 지를 그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그는 너무 착하다.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그는 문을 벽으로 만들어 놓고 똑, 똑, 똑, 섬세하게, 문을 노크한다. 그러니까 그는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다. 그는 그렇게 혼자, 자물통 속 정신병원에서 죽어간다.
灼晩 미래사, 1991
최승호 시인 / 엘리베이터 속의 파리
썩어서도 거드름 피우는 그 놈들 코에 가 붙지 않고 하필 파리가 내 뺨에 붙었을 때 나는 죽은 꽁치들이 빽빽한 통조림 속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불쾌했다 내 안에서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손을 들어 파리를 쫓았다 그 동작이 늪수렁에 빠져 살려고 버둥거리는 허우적거림으로 비쳤을지 모르겠다 죽음에 둘러싸여 무력했지만 파리 쫓을 힘은 있었다 빌딩을 오르내리는 날개 없는 요일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있었다 올라가도 거대한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함몰과 큰 추락에 대한 공포에 나는 떨고 있었다
灼晩 미래사, 1991
최승호 시인 / 오징어 3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 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灼晩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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