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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태주 시인 / 상수리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9.

나태주 시인 / 상수리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오뉴월에 껴입은 옷들을 거의 다 벗어가는 그대여.

가자, 가자.

나도 거의 다 입은 옷 벗어가니

상수리나무 나뭇잎 떨어져 쌓인 상수리나무 숲으로

칡순같이 얽혀진 손을 서로 비비며.

 

와삭와삭 돌아눕는 낙엽 아래

그동안 많이도 잃어진 천국의 샘물을 찾으러,

가으내 머리 감을 때마다

뽑혀 나간 머리카락들을 찾으러.

 

가자, 가자.

마지막 남은 옷들을 벗기 위하여

상수리 나뭇잎 떨어진 상수리 숲으로

이젠 뼈마디만 남은

열개 스무개 발가락들 서로 비비며.

열개 스무개 마음의 뼈마디들 서로 비비며.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 청하, 1987

 

 


 

 

나태주 시인 / 앉은뱅이꽃

 

 

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굴뚝각시, 오상, 1985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를 비롯,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 『산촌 엽서』,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등과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동화집 『외톨이』 등이 있음.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화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