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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시인 / 사라지는 모든 것은 가장자리로부터
나의 뒤에서 내리는 눈은 부작용 같은 하루를 떠메고 날아가는 긴 긴 어지러움
혀 밑에서 마이신 껍데기가 녹는다 잊은 꽃이 나타나기로 한 봄의 어귀까지 왔는데
하루만 살고 말 것처럼
사랑은 늘 어디까지 벗어 던질 수 있는가 묻기만 한다 부레를 삼키는 날들이다 물의 표면 어딘가 아슴푸레 불확실한 날들이다
물을 놓아주는 우수에 녹았던 것을 다시 얼리지 않아도 되는 우수에 홀씨를 가득 품은 흙들이 여기저기서 무너져 내린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가장자리로부터 어깨를 움츠리고 보고만 있다
처음의 끝과 마지막의 시작들 차가운 얼음장 아래 살점이 허는 맥없는 물고기처럼 혀 밑에서 녹아 가는 온갖 약의 껍질들
언제쯤 뱉을 수 있을까요 곧 나에게 처방되지 않은 싸락눈이 혀에 닿을 텐데요
푸른 벨벳 드레스를 비집고 달아나는 아픈 등지느러미처럼
손가락을 펼치면 우수의 눈이 스치며 떨며 사라져 간다
계간『시로여는세상』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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