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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시인 / 우리 나라 풀이름 외기
봄날에 날풀들 돋아 오니 눈물난다 쇠뜨기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조선총독부 식물도감을 펼치니 구황식(救荒食)의 풀들만도 백오십여 가지다 쌀 일천만 섬을 긁어가도 끄떡 없는 민족이라고 그것이 고려인의 기질이라고 나마무라 이시이가 서문에서 점잖게 게다짝을 끌고 나온다 나는 실제로 어렸을 때 보리 등겨에 토면(土麵)국수를 말아 먹고 북어처럼 배를 내밀고 죽은 늙은이를 마을 앞 당각에 내다버린 것을 본 일이 있었다 햄이나 치이즈 버터나 인스턴트 식품이면 뭐나 줄줄이 외워대는 어린놈에게 어서 방학이나 왔으면 싶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센인바리[천인침(千人針)]를 받으러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았듯이 나 또한 이 나라 산천을 떠돌며 어린것의 식물 표본을 도와주고 싶다. 쇠똥가리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한국대표시인100선집, 지리산 뻐꾹새, 미래사, 1991
송수권 시인 / 우리들의 사랑 노래
남풍 불어 미루나무밭 물 푸는 소리 나거든 직녀여, 그대 산 아래 오두막 짓고 그 미루나무 가지들 몸을 굽혀 북쪽 산마루에까지 허옇게 허옇게 속잎새 날려 오는 날 나는 그곳에 초막을 짓세 하늘 두고 맹세한 우리들의 사랑…… 철따라 부는 남풍과 북풍 남풍에 미루나무 속잎새들 몸을 굽혀 오거든 그대 오는 걸음새 내 마중 나가고 북풍에 미루나무 겉잎새들 팔팔거리며 남쪽으로 몸을 굽혀 가거든 직녀여, 그대 내 발걸음 마중 나오게 하늘 두고 맹세한 우리들의 사랑……
한국대표시인100선집, 지리산 뻐꾹새,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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