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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하림 시인 / 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9.

최하림 시인 / 산

 

 

바람으로 천둥으로 또 설움으로 가야지

우리 뒤에 있고 지금은 앞에 있는 저 산

붉고 푸른 산

옥수수잎이 하늘을 울리는 밭머리

몇날며칠을 두고 소란스러운 마을을

지나서, 썩어문드러진 천둥이

한꺼번에 쩌르릉쩌르릉 천지를

울리며 가슴을 찌르는 밤이 오기 전에

산 너머 구름 너머 그림자보다 빠르고

쓸쓸하게 가야지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최하림 시인 / 새

 

 

어떤 빛에도 드러나지 않고

어떤 놀에도 몸 붉어지지 않고

오로지 제 어둠으로 가는구나

멀리멀리 그리운 불 밝혀두고

풀잎들이 한덩이로 뭉쳐 사운거리는

영산강 하구언을 지나서, 겨울새들이여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기다리는 사람들

어둔 벌을 가고 있으니

나직이 새들이 바람을 치며 나르고 있으니.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최하림[崔夏林,1939.3.7 ~ 2010,4.22]  시인

1939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침묵의 빛』 그리고 시전집 『최하림 시 전집』 등이 있음 그 밖에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자유인의 초상』과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을 펴냄.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 수상. 전남일보 논설위원, 서울예술대학 교수 역임. 2010년 간암으로 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