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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시인 / 산
바람으로 천둥으로 또 설움으로 가야지 우리 뒤에 있고 지금은 앞에 있는 저 산 붉고 푸른 산 옥수수잎이 하늘을 울리는 밭머리 몇날며칠을 두고 소란스러운 마을을 지나서, 썩어문드러진 천둥이 한꺼번에 쩌르릉쩌르릉 천지를 울리며 가슴을 찌르는 밤이 오기 전에 산 너머 구름 너머 그림자보다 빠르고 쓸쓸하게 가야지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최하림 시인 / 새
어떤 빛에도 드러나지 않고 어떤 놀에도 몸 붉어지지 않고 오로지 제 어둠으로 가는구나 멀리멀리 그리운 불 밝혀두고 풀잎들이 한덩이로 뭉쳐 사운거리는 영산강 하구언을 지나서, 겨울새들이여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기다리는 사람들 어둔 벌을 가고 있으니 나직이 새들이 바람을 치며 나르고 있으니.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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