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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유관순(柳寬順) 1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물을 베면서 함께 울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피 쫓기는 속치마에 뿌려 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
슬픔이 기쁨에게, 창작과비평사, 1979
정호승 시인 / 유관순(柳寬順) 5
가야지. 버림받은 이 계집의 술집으로 가야지. 눈물이 끝난 사내들이 찾아오면 젓가락 두드리고 눈이 내리고 이 한몸 눈사람으로 술 마셔야지. 술잔도 없이 쫓기던 그 님 남긴 술잔도 없이 그 님 사랑보다 먼저 술 취해야지. 술집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모든 사람들의 눈물이 끝날 때까지 가야지. 술동이 머리 이고 술 팔러 가야지. 사랑이 끝난 계집들의 눈 내리는 마을은 삶보다 고요하고 술 취한 사내들이 눈길마다 아름답다.
슬픔이 기쁨에게, 창작과비평사,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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