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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표적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

황지우 시인 / 표적

 

 

보이지, 꼬리치는 미끼?

속으면 너, 죽어.

 

먹이 속에 든 갈쿠리  : 밥상 위의 갈치 속에서 물음표(?)를  젓가락으로 끄집어내다. 피 묻은실에 딸려나온 식욕.

 

중산층은 곧 배반할 거야. 혐오감은 곧 지나가.

수술한 처녀막에 난 고속도로. 부산(釜山)은 진창이야.

 

실업 불황 강요하는 미일 자본 몰아내자!

침묵하는 자는 부역자다.

 

난 알았지, 네가 누군지.

내 혈관에서  `헌혈'이라는 이름으로,  `혈맹'이라는 이름으로 채혈(採血)하는 너.

 

우리나라 똥구멍을 타고 흐르는 낙동강.

그리고 낙동강은 똥물이 되어 고요히 쓰시마 해협으로 흘러간다.

 

그는 하루에 일만 번 에어 드라이버 버튼을 누른다.

그들은 그를 가난해야 일을 하려 드는 족속이라고 부른다.

 

`초과 이윤'을 그들은 `자본의 연금술'이라 부르기도 하며,

자동화 사격장 표적처럼 불쑥불쑥 일어선다.

 

그러나 신분증 없이는 한 구간도 지나갈 수 없는 거리.

병정 개미들이 날개 달린 곤충의 목을 끊어놓는다.

 

젊음이 죄야. 젊은 놈들은 모두 용의자야.

지하도에서 가는 길을 묻는 자에게 새점(占)을 쳐주는 늙은 예언자.

 

불 꺼! 1309호 불 안 끌 거야? 시발년아 불 안 끌래? 방위병이

가게  문짝을 발로 걷어찬다. 먹구름 밑 항공로를 긴 혀로  핥는 탐조등(探照燈).

 

어린 시절 참새집에 들이댄 후라쉬, 아 새들도 잠을 자는구나!

까만 작은 눈을 뜬 채 끌려나오는 일가족.

 

그대들은 아버지 없는 세대, 후레자식들이다.

내가 아버지가 되다니.

 

내 좆으로부터 태어난 미래여, 덤벼라, 나에게!

 

우주선이 전송(電送)한 지구사진. 하염없이, 잎이 피고 눈 내린다. 사람들이 산다.

 

검은 라이방 안경을 쓴 박정희소장(朴正熙少將)이 강을 건넌다.

덴노이까 반자이! 도스께끼! 앞으로 갈수록 뒤로 `빠꾸'하는 수레바퀴를 타고,

 

그들은 왔다. 한강에서 북악까지, 생각해보면 1밀리미터도 안 되는 그 길.

강제 추행이었어. 그 세월 넘도록 삶은 수치심이야.

 

그대,  보았어? 온몸에  신나를  끼얹고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꽃다운  유성(流星)을.

 

아아 역사여, 뇌성번개여, 피뢰침 밑으로 들어간 자를 쳐라!

나를 쳐라! 나를 먼저 쳐다오! 금간 하늘이 드러내는 두려워하는 얼굴.

내 마음이 만든 이 두려움을 박살내다오!

 

망월(望月)로 가는 길. 그 황톳길. 묘비도 팻말도 없는 무덤에게 가는 길.

이제 참회하지 말고 나가 싸우라! 돌아오는 그 길은 그렇게 내게 말했다.

 

가자, 내 아픈 식구들아!

이 진창 속에서, 진창 속의 낙원으로.

 

나는 너다, 문학과지성사, 1987

 

 


 

 

황지우(黃芝雨, 1952 ~ ) 시인

본명은 황재우.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