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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우원호 시인 / 빅 매치(Big Match)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

우원호 시인 / 빅 매치(Big Match)

ㅡ로봇들의 봄

 

 

  세계인(世界人)의 눈과 귀를

  모두

 

  Korea의 수도

  Seoul로 모은

 

  바둑의 신(神) VS 사이보그*

 

  21세기 최대(最大)의 역사적인

  빅 매치(Big Match)에서

 

  알파고**가 완승했네

  이세돌이 완패했네

 

  인간들이 만든

  사이보그,

 

  그 로봇(robot)과의 숙명적인 대결에서

 

  직관(直觀)과 추론(推論)으로 중무장한

  최첨단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완승했네

  이세돌이 완패했네

 

  인간들의 두뇌와 손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로봇들의 시대(時代)를

  알리는 서막(序幕)이네

 

  인간들의 봄은 가고

  로봇들의 봄이 왔네

 

*사이보그 [cyborg]: 컴퓨터와 인간의 육체를 합성한 합성인간 또는 인조인간.

**알파고[AlphaGo]: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시집 『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 중에서

 

 


 

 

우원호 시인 / 나의 뇌(腦)

 

 

  나의 뇌는 3차원 입체공간이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를 알처럼 품고 있다

 

  나는 매일

  그곳 크로마키 기법*이 동원된 최첨단의 멀티 터치스크린 시스템**의 그 공간에서

 

  조물주(造物主)를 비롯하여 그가 창조해낸 Adam과 Eve는 물론,

  4대 성인(聖人)들과

 

  문학과 음악과 미술과 종교와 철학 등의 모든 분야에서

  인류史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 속의 위인들을 만나

  다자간의 대화 또는 독대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오늘 나는 동서양을 통틀어서 가장 존경하는 퇴계 이황 선생과 헤르만 헷세를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고 무엇보다 자연과 인간, 자유와 평화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인물들로 나는 그들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을 찬양하고 숭배한다

 

또한 그곳에는 소돔과 고모라, 로마제국과 잉카제국, 마야제국처럼 전쟁과 재해로 파괴되어 영원히 사라진 역사 속의 왕국과 도시들도 모두 복원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만의 전용 UFO를 타고 화려하고 찬란했던 당대의 유적지를 모두 가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를 감동하게 하는 곳은 루불이나 카네기홀 같은 지구상의 그 어떤 박물관과 뮤직홀도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로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의 복합형의 매모드 콜로세움(Colosseum)***, 바로 그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바흐와 헨델, 베토벤과 모차르트, 멘델스존, 비발디, 쇼팽, 차이코프스키 등의 천재 음악가들 연주회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렘브란트, 마네와 모네, 루벤스와 르노아르, 빈센트 반 고흐와 피카소 등의 천재 화가들의 불후의 명화들이 진열된 전시회를 이원화(二元化)된 공간에서 마음대로 선택해서 감상한다

 

뛰어난 상상력과 섬세한 장인 정신의 소유자로 음악에 있어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폴란드 태생 프랑스의 작곡가인 프레드릭 쇼팽(Fryderyk Chopin)!

피아노 협주곡과 55곡의 마주르카, 13곡의 폴로네즈, 24곡의 전주곡, 27곡의 연습곡, 19곡의 야상곡, 4곡의 발라드, 4곡의 스케르초를 포함한 피아노 소품들로 유명한 그다

오늘  감상했던 곡(曲)은 그의 에뛰드曲 전곡(全曲)으로 10번 중 제 12번 혁명(革命)****은 그야말로 노도(怒濤)처럼 매우 격정적인 선율의 대서사시(大敍事詩)로 연주 내내 내 마음을 온통 흥분과 환희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진한 감동의 여운은 종일토록 지속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그곳에서 만날 수가 있어 나는 매일 행복하다

 

나의 뇌는 3차원 입체공간이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를 알처럼 품고 있다

 

매일매일 그곳에서

이십만 개의 새들이 부화한다*****

 

 

*크로마키 기법: 화면합성기술.

 ** 멀티 터치스크린 시스템(Multi-touch screen system): 손으로 접촉(touch)하면 그 위치를 입력받도록 하는 특수한 입력장치를 장착한 다기능의 화면 시스템.

 *** 콜로세움(Colosseum): 네로 황제의 황금 궁전(도무스 아우레스)의 정원에 있던 인공 호수를 메운 자리에 건립된 로마시대 건물로 공사는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 의해 72년에 착공되어 8년 동안의 기적적인 역사를 거쳐 티투스 황제 때인 80년에 준공된 높이 48m, 둘레 500m이며 내부의 길이 87m와 폭 55m나 되는 당시의 건축물 가운데 최대의 건축물.

**** 쇼팽 에뛰드 작품 10 중 제 12번(chopin Etudes Op.10 No 12) 혁명: 쇼팽의 에뛰드(연습곡)은 작품 10에 12곡과 작품 25에 12곡 모두 24곡으로 쇼팽의 피아노곡은 한결 같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것이 특징이지만 작품 10 중 제 12번은 예외임. 이 곡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자신의 조국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가 함락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분을 억누를 길 없어 슈트트가르트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의 동요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임.

 ***** 일설에 의하면 인간은  하루에 이십만 개의 생각을 한다고 함.

 

 계간 『미네르바』 2011년 여름호 발표

 

 


 

우원호(禹原浩) 시인

1954년 서울에서 출생. 1983년 육군 중위 예편. 2001년 월간 <문학21> 시부문 신인작품상에 당선. 시집으로『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주간 역임. 현재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