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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시인 / 무게
나는 더 마르고 고통스런 사람 되고 있다 숲에서 사막으로 넘어왔다 식물이자 동물 그래서 이렇다 엄마는 날 이상한 걸로 낳고 싶지 않았지 보통으로 키우고 싶었고 사줬어 책, check 그게 내 숲 죽은 나무들이었지만 누군가 거기 있었다는 증거 나는 골방에서 매일 뚱뚱해졌는데 정점 이후엔 말라가는 마르다가 소멸되는 과거가, 과거로 인해 괴로운 현재가 그리고 미래? 흥미롭지 내일은 희망 같은 게 아니다 겨우 그게 아니야 잘못 태어난 돌연변이가 결국 생태계의 승자가 되는 걸 목격하는 일 …승자가 어디 있나 패자는 어디 있어 지금은 사라진 것? 훗날을 도모하는 것? 말고 흥미롭다 흥미로워 잎사귀는 날 강하게 하는지 생존시키는지 나는 점점 말라가는데 나무 공룡 고사리 초기 포유류 따위 아무리 고사(枯死)를 예고해도 진화는 예측 불가능한 거 봐 내 말이 맞지? 말한 것이 이루어지면 잘난 척하는 것이 특기 세상을 내 크기만큼 이해하고 1256g 1256ml 뇌의 용량 인간 말이나 쓰는 주제에 모든 언어 흘러간다 모든 터럭 흘러간다
엄마는 꼬리뼈가 남아 있다 그걸 내게 물려주지 않았어 자꾸 말꼬리를 늘인다 지방을 머금은 줄기 날씨 고도 지나온 근육 위도와 경도 내가 물려받은 것들 check it out 사막 아니다 고산 불쑥 불쑥 솟아나 열대우림부터 냉대기후까지 발가락부터 머리끝까지 물고기처럼 우는 일 새처럼 부는 일 물방울을 방어하는 깃털 보송하다 기분 나는 내 몸 주위를 걷는다 서성인다 그게 1, 일생이다
계간 『모:든시』 201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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