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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호 시인 / 페르시안 고양이와 백만 송이 연꽃 -惜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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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애(李愛)와 모나미(Monami)*는 강남(江南)의 물랭루즈 오피스텔 1004호 투룸에서 둘이 산다. 리애, 그녀는 황금빛의 눈을 가진 자신의 검은 고양이 모나미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여인(女人)이다
사실, 그녀는 30대 후반의 모某 증권회사 부장(部長)으로 골드미스**이다 가문(家門) 좋고, 학벌 좋고, 인물 좋고, 몸매 좋고, 돈도 많고, 비전 있고 실로 아름답고 고풍스런 그녀는 뭇 남성들이 모두 선망하는 매혹적인 조건들을 고루 갖춘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때문에 그녀는 콧대가 아주 높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살아가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다
모든 일에 완벽하고 열정적인 그녀지만,
늘 그녀는 혼자였다 늘 마음이 허전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일순간에 사로잡은 아주 묘한 마력을 가진 신비스런 녀석이 모나미(Monami)다 그 녀석은 서너 해전 부모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귀족풍의 페르시안 고양이다
그녀는 왜 녀석에게 그리 쉽게 마음을 뺏겼을까? 대학시절 그녀의 마음을 항상 설레이게 만들었던 첫사랑, W와 함께 감상했던 외화(外畵) '천일야화(千日夜話)' 속의 페르시안 왕자처럼 의젓하고 고풍스런 매력의 녀석이 좋았다. 녀석의 늠름하고 매우 품위 있는 걸음걸이와 그 녀석이 걷는 발자국과 그림자까지도 모두 사랑했다. 녀석이 곁에 있어도 이내 그리울 만큼 녀석의 존재는 늘 그녀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책을 읽을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DVD를 볼 때도, 식사를 할 때에도, 영화관에 갈 때에도, 병원에 갈 때에도, 심지어는 여행을 갈 때에도 늘 녀석과 함께 동행했다 마치 연인(戀人)처럼 녀석이 늘 곁에 있어 행복했다
녀석 역시 하루하루 그녀와의 삶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무엇보다 음악을 듣는 일이 가장 행복했다 녀석은 그녀가 즐겨듣는 브람스의 소나타 제2번 제1악장을 가장 좋아했다 페르시안 고양이 답게 페르시안 음악들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 옛날, 첫사랑과의 만남이 그녀의 마음을 그렇게 행복하게 하였을까?
리애와 모나미(Monami)는 江南의 물랭루즈 오피스텔 1004호 투룸에서 둘이 산다 리애, 그녀는 황금빛의 눈을 가진 자신의 검은 고양이 모나미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女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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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그녀에게 사랑받던 매우 젊고 총명하고 당당했던 페르시안 고양이 모나미(Monami)!
녀석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어느 추운 겨울 날의 일이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려 온세상이 설국(雪國)으로 변하였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내내 창(窓)밖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은세계(銀世界)에 도취되어 거의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은 왜였을까? 그녀는 녀석이 걱정되어 일과후에 서둘러서 차를 몰아 귀가했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현실이 그녀를 기다렸다 녀석은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붉게 물든 窓가의 거실에서 페르시안 카펫 위에 웅크리고 앉아 편안하게 잠이 든 모습으로 이미 숨져 있었다
비록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녀석과 매일매일 戀人처럼 함께 지낸 그녀였다 그럼에도 짧은 석별(惜別)의 인사도 못 나눈 채로 녀석은 그녀의 곁을 영원히 떠나갔다
도대체 왜 죽었을까? 그녀로선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은 녀석의 갑작스런 사인(死因)이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여러 유능하고 전문적인 수의사를 찾아 물었지만 끝내 원인불명의(原因不明)의 심장마비 증세라는 결론이다
정녕 모든 것이 한갓 꿈이던가? 녀석과의 매일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실로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녀는 녀석이 그리울 때는 언제라도 쉬 찾아갈 수 있는 차로 한두 시간 거리의 자신의 고향, A시市 K읍(邑)의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속 양지바른 안식처에 시신을 묻었다 그리고는 녀석의 죽음을 슬피 애도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시한번 자신의 가슴 속에 백만 송이 연꽃으로 화장(花葬)했다
너와 나는 그렇게 작별했지 연인의 행복한 감정으로 헤어졌지 나는 알아차렸네 고양이인 너의 눈 속에서 나도 고양이였음을 너는 내가 죽으면 이 다음 세상으로 안내할 영혼의 친구였음을***
녀석은 그녀에게 그렇게 구름처럼 나타났다 그렇게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옛날, 첫사랑과의 이별이 그녀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였을까?
리애, 그녀는 江南의 물랭루즈 오피스텔 1004호 투룸에서 이제 혼자 산다 리애, 그녀는 황금빛의 눈을 가진 페르시안 검은 고양이 모나미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女人이다
*모나미(Mon ami): 프랑스語로 '나의 친구'라는 의미이다 **골드미스(Gold Miss): 30대이상 40대 미만 미혼 여성 중 학력이 높고 사회적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을 의미하는 새로운 마케팅 용어이다. *** 김백겸 시인의 시 「고양이 눈 속의 고양이」 중에서 인용. 일부 개작(改作).
시집 『도시 속의 마네킹들』(시인광장, 2015) 중에서
우원호 시인 / Destin*
화려하게 조명이 비치는 야간 공연장을 가득 메운 수 만 명의 관중 잎에 레드 칼라의 원피스에 꽃무늬를 곱게 새긴 짧은 미니스커트의 차림을 한
금발머리 여가수가 온세상이 떠나갈 듯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 들으면서 무대위로 등장한다
이어 바로 관중들을 현혹하는전자기타 전주음과 함께 셀린 디옹(Celine Dion), 그녀의 노래가 세계 3대 디바다운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면서 활기차게 시작된다
가수의 운명을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의 세계적인 이 가수가 무대에서 샹송으로 아이러니하게 ㅡDestinㅡ을 노래한다
ㅡ나는 내 길을 간다. 이리하여 나의 시간을 지나간다. 내 심장 박동의 끈질긴 리듬에 의해 여름의 불빛에서 나는 겨울까지 날아다닌다. 가을의 비로부터 인도 여름까지 더 많은 건조한 사막에 대한 얼어붙은 땅 내가 간다, 이 세상은 내 것이다. 나는 노트와 가벼운 삶을 산다. 너의 외침에 내가 원을 그리며 너의 손을 인생은 나를 모든 미스테리의 공허함으로 인도한다. 나는 너의 눈에서 나의 내일을 본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나는 내 길을 간다. 이리하여 나의 시간을 지나간다. 내 심장 박동의 끈질긴 리듬에 맞춰ㅡ**
始終一貫 [시종일관] 젊은 미남 연주자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능란하고 몽환적인 멜로디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리듬 [Rhythm]에 맞춰
연신 흥에 겨워 춤을 추며 신이 내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관중들은 천부적인 재능과 미모에 반해 폭발적인 반응으로 환호하며, 열광한다
그녀의 이 운명의 노래는 이후, YouTube 영상으로
전세계로 널리 퍼져, 퍼져 그녀와 그녀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조국, 캐나다 [Canada]를 대표하는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처럼
시원스레 쏟아내는 신비하고 환상적인 목소리에 끌려, 이끌려서
그녀가 노래하는 생의 환희와 열정의 거대한 물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빠져든다 깊이 빠져들며
연일 환호한다 연일 열광한다
그녀의 샹송, ㅡDestinㅡ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에는
인생의 공허함도 존재의 우울함도
이미 망각 속의 한낱 쓸데없는 쓰레기의 이미지로 전락하고
새로운 희망과 의미있는 존재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셀린 디옹(Celine Dion) 그녀와 함께!
*셀린 디옹(Celine Dion)이 부른 영어로 ‘Destiny'(운명)이란 제목의 샹송.* *샹송 ㅡDestinㅡ의 가사 일부.
계간 『시와 사상』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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