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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시인 / 거기, 쥐똥나무는
늦은 저녁, 종일 웅크렸던 몸을 구름 위에 뉘었습니다. 한 때 변두리 어디쯤 쥐똥나무 생울타리를 심고 싶었지요. 세발자전거가 놓인 마당가, 하얀 빨래 위로 햇살이 가득한 날, 옛 애인이 몰래 되돌아가는 뒷모습을 담장에 그려두고 싶은 꿈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리라, 너무 간절해서 깜깜한 밤. 쥐똥나무에게 손을 내민 적이 있었지요. 마침 그날은 자신을 태우는 일에 지친 별들이 늙은 나무 울타리 위에 내려와 있었습니다. 여름밤 내내 끊임없던 신음소리, 별이 타는 냄새... 이제 나는 사치한 생울타리 꿈은 꾸지 않습니다. 한밤중에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 하나 주워들고 쥐똥나무에게로 갑니다. 거기, 밑동에 야윈 몸을 묻어 두기 위해.......
시집 『좀 더 자렴』(포지션, 2019) 중에서
이미상 시인 / 좀 더 자렴, -소국
어딜 갔었니
한번 안아볼까
못이기는 척 안기는 젖은 풀씨들
머리를 잘랐구나
마음을 바꿨니
간밤 비 그치고
소국이 피었다
좀 더 자렴,
계간『포지션』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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