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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한라 시인 / 말발도리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6.

장한라 시인 / 말발도리

 

 

  묵묵한 발굽을 내려다본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나름 잘 한다는 장제사는 어디로 갔나

  뒤집어 박은 편자를 알기는 할까

 

  박차가 옆구리를 찌른다

  구보 사인에 불편한 편자

  몸을 타고 하늘로 솟구치는

  서로를 업고 있는 불안한 기승

 

  당근을 나눠 주던 손이 멈칫,

  지나친다 참 좋은 말이었는데

  성질이 나빠졌어

 

  고르지 않은 발굽과 성질이 나빠진 것

  좋았던 시절이 돌고 도는 사이

  당근을 얻어먹지 못한 침이

  불안스러운 발굽을 타고 흐른다

 

  저기, 나를 잘 안다는 사내

  니퍼를 들고 절뚝거리며 오고 있다

  통증이 육화(育花) 될 즈음

 

*말발도리 : 낙엽 활엽 관목. 열매가 말발굽의 편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계간 『문학과 사람』 2019년 가을호 발표

 

 


 

 

장한라 시인 / 거세마의 퇴근길

 

 

어설픈 박차

팽팽한 고삐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한 채 장애물을 넘는데

등줄기를 타고 꼬리뼈로 이르는

당신의 오만한 생각

우승만을 생각하는 시선이 따갑다

 

마음 둘 곳 없는 운명을 읽으며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조용히

어둠도 모르는 발정의 시간을 감춘 채

눈물 삼키고

채워진 재갈을 깨문다

 

분노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간

왜 사느냐는 물음표를 달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식어버린 밥상과

편히 쉬고 싶었던 베갯머리는

청구서를 내민다

 

깊은 잠만이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닳은 편자와 슬픈 눈망울

감추어 두며

 

계간 『문학과 사람』 2019년 가을호 발표

 

 


 

 

장한라 시인 / 마음을 푸르게

 

 

  새날 피어난 구름에 감사하며

  밤새운 노동의 고단함을 위해 기도할 일이다

 

  하늘과 바다 만물이 조화롭기를

  건반을 두드리는 파도소리에 귀 기울일 일이다

 

디카시집 『새벽을 사랑한다면』(시와실천, 2019) 중에서

 

 


 

장한라 시인

부산에서 출생. 1985년 김남조 시인의 사사를 받으며 시 입문. 2015년 첫 시집 『즐거운 선택』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9년 디카시집 『새벽을 사랑한다면』 상재.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9년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수상. 『부산펜문학』 편집장,  시전문지 『시와편견』 편집장. 도서출판 『시와실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