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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리 시인 / 이끼터널
나는 납작하게 엎드려 죽어라 납작해지기 시작한 거야 눈물 같은 건 핥지 않을 테니까
시폰케이크로 얼굴을 비비고 진부한 건배를 해 세탁기에 샴페인을 가득 채우고 탈수버튼을 눌러 자, 거품 목욕을 시작해볼까?
책상다리는 없애는 게 좋겠어 겸손하게 바닥을 빨지 발바닥이 쌓이지
선인장을 사랑한 눈동자는 가시에 찔렸어 거봐, 태양을 피하라고 했잖아
욕실이 좋아 안 보여서 좋아 축축한 혈통이 좋아
시집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시와세계, 2017) 중에서
최규리 시인 /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
바닥은 길 위에서 문을 표절해. 울퉁불퉁 갈라지고 질식해. 엎드려 곡선을 끌어안고 커브에 대하여 나를 모방한다.
휘어짐은 내게 질문한다. 창 너머 속도로 속도를 덮치고 풍경은 저항한다. 사선이 되려고 내 머리카락은 유쾌해. 불편한 진실이 떠도는 정거장을 경유한다.
지붕 위에서 휴식을 접고 내려온다. 골목은 낯선 그들을 맞이해. 기억은 울창했던 숲을 표백하고 사라지는 왼발에서 계단이 절뚝인다.
너는 부풀어 오른다. 불타는 집들이 보였다가 사라지고 길은 반복한다. 나를 반복한다. 희미해지는 골목으로부터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카드를 뽑아 숫자를 지운다. 검색창에서 질문들이 사라진다.
시집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시와세계, 201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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