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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하림 시인 / 유랑자(流浪者)들의 노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7.

최하림 시인 / 유랑자(流浪者)들의 노래

 

 

우리나라의 길 위에서 자라고

그 길을 통하여 객지(客地)를 헤매는

유랑자(流浪者)들의 풀리지 않는 몸을

부드러운 빛으로 물들이는 것이

별인지 어둠인지 알 길 없는데

오늘도 검은 우리를 빠져나와

걸어가는 너의 비틀거리는 걸음

어느 누가 슬픔없이 살 수 있겠는가

어디에다 이 울한을 풀 수 있겠는가

일하고 술마시고 싸우다 쓰러져

사립을 밀고 새벽길로 나서면

나무에 바람에 걸려 울리는

밤바다가 밀어오는 소리

지친 사나이들의 발걸음 소리

길마다 어둠이 멀리 뻗치고

잡초들이 음산하게 흔들리는데

오늘도 걸어가야 할 너의 길은

몇 십리냐 몇 십리 걸어야 끝이 나느냐

무거운 발을 끌고 어둠 속을 가는

울한의 사람아 우리들의 사람아

 

우리들을 위하여, 창작과비평사, 1976

 

 


 

 

최하림 시인 / 이제 나는 잠을 자야겠습니다

 

 

새들이 모두 흘러갔나요 밤이 됐나요 아침이 됐나요 새들이 울고 있는 듯한데 아침 새들인가요 그들이 인사하러 왔나요 그래도 이제는 소용없습니다 내게 소중했던 시간들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제 나는 잠을 자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문학과지성사, 1991

 

 


 

최하림[崔夏林,1939.3.7 ~ 2010,4.22]  시인

1939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침묵의 빛』 그리고 시전집 『최하림 시 전집』 등이 있음 그 밖에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자유인의 초상』과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을 펴냄.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 수상. 전남일보 논설위원, 서울예술대학 교수 역임. 2010년 간암으로 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