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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시인 / 유랑자(流浪者)들의 노래
우리나라의 길 위에서 자라고 그 길을 통하여 객지(客地)를 헤매는 유랑자(流浪者)들의 풀리지 않는 몸을 부드러운 빛으로 물들이는 것이 별인지 어둠인지 알 길 없는데 오늘도 검은 우리를 빠져나와 걸어가는 너의 비틀거리는 걸음 어느 누가 슬픔없이 살 수 있겠는가 어디에다 이 울한을 풀 수 있겠는가 일하고 술마시고 싸우다 쓰러져 사립을 밀고 새벽길로 나서면 나무에 바람에 걸려 울리는 밤바다가 밀어오는 소리 지친 사나이들의 발걸음 소리 길마다 어둠이 멀리 뻗치고 잡초들이 음산하게 흔들리는데 오늘도 걸어가야 할 너의 길은 몇 십리냐 몇 십리 걸어야 끝이 나느냐 무거운 발을 끌고 어둠 속을 가는 울한의 사람아 우리들의 사람아
우리들을 위하여, 창작과비평사, 1976
최하림 시인 / 이제 나는 잠을 자야겠습니다
새들이 모두 흘러갔나요 밤이 됐나요 아침이 됐나요 새들이 울고 있는 듯한데 아침 새들인가요 그들이 인사하러 왔나요 그래도 이제는 소용없습니다 내게 소중했던 시간들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제 나는 잠을 자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문학과지성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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