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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선 시인 / 면적과 공간
연못의 주위를 빙 둘러가다가 우리처럼 원을 그리게 되었다
저렇게 걷고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하고 너하고 또 너하고 이어보면 생기는 개념 이었다
둥근 가시연을 따라하듯이 둥글게 연못을 돌면 돌수록 우리는 가운데가 텅 빈 관계가 되어갔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드러나지 않아서 모두 포함하였다
연못의 가장자리부터 커다란 가시연들이 원을 그리며 수면을 포위해 가고 있었다
동시에 여러 방울의 핏방울이 번져나가듯이 겹쳐지면 겹쳐지는 대로 혼자서는 어디서 그만둘지를 모르겠는지 지름이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거대해진다는 것은 목소리와 상관없이 연못이 거의 다 됐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언젠가는 연못의 목이 조여 들고 말리라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가운데에서 시작하는 것과 가장자리에서 시작하는 것 중 어느 하나에 대한 개념이기도 했다
계간 『시와 세계』 2018년 겨울호 발표
조말선 시인 / 환대
이 꽃바구니는 환대라는 이름이고 저 꽃바구니는 환영이라는 이름이어서 가격이 다르다고 했다 가장 아름다운 점은 장미가 레드에 기대 수국을 곁에 두고 작약이 자주를 피해 자주달개비를 멀리 둔 것이다 환대가 바구니모양을 감추려는 것 같다 장미와 수국 사이의 공간을 발명한 플로리스트의 손가락이 길고 희지는 않았다 꽃 한 송이를 꽂으면 허공이 꽃을 감싸려고 일어섰다 꽃 두 송이를 꽂으면 공간 한 송이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환대가 꼼짝달싹할 수 있는 공간으로 촘촘해진다 완성작은 마흔 몇 송이의 꽃송이가 마흔 몇 개의 틈 사이에 꽉 끼어 있다 장미와 수국과 작약과 자주달개비가 이루어가는 것이 한마디로 가능해진다 아무것도 없음으로 이루어가는 것이 환대일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바구니가 무거운 것에 더 깜짝 놀라는 손목이 아름답고 이름다운 것을 들어 올린다 두 손을 내밀지 않으면 맨 먼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질질 끌고 갈 수는 없다
계간 『딩아돌하』 2019년 가을호 발표
조말선 시인 / 야간조
찾기 힘든 것들이 깊은 밤에 있다
낮이 출발한 곳에서 멜버른 보다 먼 밤에 일하기로 했다
서로 보이지 않는 사람끼리 한 조가 되었다
혼자 찾고 있는 사람처럼 우물이 밤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 물을 길어다가 바닥을 닦기도 하고 공중에 매달린 해먹을 씻는 것이었다
먼지는 희고 걸레는 어두웠다
어디 있는 거니?
너의 앞치마에 누군가의 소변이 묻었는데
노동할 때는 노동만 보인다
조용히 하면 자두가 열리는 순간이 보인다
그때부터 출발해서 어디든 가려고 바닥을 닦아나갔다
서로 보이지 않아서 혼자 잘 할 수 있었다
야행성, 야맹증, 심야식당, 야간분만……
노동력이 밤의 언어들을 닦고 있었다
월간 『시인동네』 2019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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