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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시인 / 북쪽 ㅡ연안부두 해역 21번
목함에 담긴 흰 분골은 한 줌, 한 줌, 흰 새로 태어나 물밑을 날았다. 번지고 흐려져 가뭇없이 사라지는 낮고 낮은 비행. 이곳에선 누구라도 그의 한 생이 물밑 하늘에 이르기 위한 부단한 비행이었음을 안다.
다만 남은 자들의 가슴에서만 퍼덕이는 침묵. 완전한 평화란 종내 그것이었나.
방향의 너울이 넓게 펼쳐져 일렁이는 연안부두 해역 21번. 들끓고 웅성거리고 한숨짓고 눈물짓고 아우성치던, 모든 열망의 발걸음이 돌연 멈추는 곳.
이제 내 어머니는 온전히 물에 편입되었다. 물에 동조하여 물로 확장되었다. 일렁이는 물의 얼굴을 가졌다.
세상의 모든 방향은 북쪽이었음을 그곳에서 나는 보았다.
계간 『애지』 2018년 겨을호 발표
조정인 시인 / 파란 ㅡ다시, 연안부두 해역 21번
물 위로 작은 목선이 띄워지자 덜컥, 울음에 붙들렸다 물과 울음의 경계가 흔들렸다 시야가 부옇게 흐렸다 파란에게 다녀온 날
슬픔에게 검거…… 라는 문장을 베수건에 받았다
잘 개서 머리맡에 두었다 수건 속으로 거무스름 우기가 번졌다 기억의 발자국들이 숨어들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물의 집에 거처를 옮긴 후 첫, 장마였다
발 없는 파란(波蘭)이 저곳 일만 평 파도를 데려오거나 천리 바깥 파도가 이곳에 파란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먼 물결이 이곳 물결 한 자락을 끌어다가 덮는 밤 엄마와 나는 한 홑이불을 덮고 잠든다, 그런 날은 홑 것도 아늑하고 따스하다
바다에 새 주소를 둔 엄마한테서 간혹 기별이 온다 간밤 꿈, 엄마는 걸레를 쥐고 방을 닦는 나에게 방바닥은 이제 그만 닦으라하셨다
어두운 물밑에 반듯하게 누워보는 상상 같은 것 흩어진 나를 끌어 모으려 양팔을 휘젓는 일 같은
계간 『애지』 2018년 겨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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