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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시인 / 목련
내 언어는 살 부러진 우산 같아서 그대를 묘사하기에 조악한 도구
백 년 가지에서 벙그는 연정 이별의 날에, 마른 듯 했는데 쥐어보면 젖었던 손수건 장벽을 두르지 않았는데, 틈입할 수 없는 왕국 짧은 봄날이니, 대낮이어도 몸을 섞자고 활짝 열어놓은 애욕 높이 피어서, 눈맞춤도 못하고 우러르며 돌아서는 아쉬움 아직 어리다고, 연애를 사양하는 산들거림 소녀의 가슴에 덮으면, 꼭 맞춤일 것 같아서 열없는 목덜미 칼바람 날뛰던, 허공을 데워놓은 불길 일생 독신이어도, 신부(新婦)를 찾게 되는 마법의 혼인색 한 송이면, 철쭉 만 송이와 맞비겨도 넉넉한 농밀 지옥순환선에서, 천국으로 환승하는 승차권 꽃은 눈을 찌르지만, 발목을 후려서 꼼짝없이 서있게 하는 치명(致命) 슬픔을 말할 줄 모르는 얼굴이어서, 녹슬어 떨어져도 울지 않는 백치(白痴) 비끄러맬 방법이 없어서, “거기”라고 새기며 돌아서는 춘몽
목련이라는, 우아한 짐승에게 물린 감정이 발전되어 시가 된다면 최고의 묘사는 침묵이라 고백할 것 느른한 볕뉘 사이를 서성인다
계간 『시작』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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