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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전영관 시인 / 목련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7.

전영관 시인 / 목련

 

 

내 언어는 살 부러진 우산 같아서

그대를 묘사하기에 조악한 도구

 

백 년 가지에서 벙그는 연정

이별의 날에, 마른 듯 했는데 쥐어보면 젖었던 손수건

장벽을 두르지 않았는데, 틈입할 수 없는 왕국

짧은 봄날이니, 대낮이어도 몸을 섞자고 활짝 열어놓은 애욕

높이 피어서, 눈맞춤도 못하고 우러르며 돌아서는 아쉬움

아직 어리다고, 연애를 사양하는 산들거림

소녀의 가슴에 덮으면, 꼭 맞춤일 것 같아서 열없는 목덜미

칼바람 날뛰던, 허공을 데워놓은 불길

일생 독신이어도, 신부(新婦)를 찾게 되는 마법의 혼인색

한 송이면, 철쭉 만 송이와 맞비겨도 넉넉한 농밀

지옥순환선에서, 천국으로 환승하는 승차권

꽃은 눈을 찌르지만, 발목을 후려서 꼼짝없이 서있게 하는 치명(致命)

슬픔을 말할 줄 모르는 얼굴이어서, 녹슬어 떨어져도 울지 않는 백치(白痴)

비끄러맬 방법이 없어서, “거기”라고 새기며 돌아서는 춘몽

 

목련이라는,

우아한 짐승에게 물린 감정이

발전되어 시가 된다면

최고의 묘사는 침묵이라 고백할 것

느른한 볕뉘 사이를 서성인다

 

계간 『시작』 2019년 봄호 발표

 

 


 

전영관 시인

충남 청양에서 출생. 2008년 《진주신문》, 2011년  《작가세계》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전입신고』(세계사, 2012)와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실천문학, 2019)가 있음. 2010년 서울문화재단 지원금과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