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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 시인 / 연필
나는 너를 잘 모른다 너는 미지의 문장이라 내가 미리 다 읽어볼 수 없잖니 너는 미지의 음악이라 내가 미리 다 들어볼 수 없잖니
너는 미지의 휘파람, 그래 미지의 문장들이 미지의 음악이 흐르는 미지의 창문 밖으로 미지의 나를 불러내어 미지의 빗물에 자빠뜨리네
미지의 물결, 그래 미지의 빗물이 흘러들어 미지의 바다 안으로 풍덩 빠질 때 너는 시니피앙 나는 시니피에 우리는 서로에게 충분히 섞이고 있나
미지의 나는 미지의 너에게 미지의 기억 너의 몸에 나의 의식을 눕혔다 일으키며 너를 조금씩 알아갈 미지의 나를 잘 부탁해
부디, 미지의 망각은 되지 말자 서로를 부르려다 미지의 이름을 잃어 미지의 공원 벤치에 미지의 역사로 버려지지 말자 쉽게 빠져 들었다가 쉽게 잊히는 미지의 혁명은 되지 말자
사각사각 꿈속을 걸어오는 너의 소리 벗겨도 벗겨도 신비가 탄로 나지 않는 미지의 연애처럼 서로의 고독을 깎고 서로를 열렬히 그리워하는 뾰족 입술처럼
계간 『서정시학』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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