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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연숙 시인 / 가시에 대한 명상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8.

송연숙 시인 / 가시에 대한 명상

 

 

노을에 발을 담근 어둠

턱을 괴고 마을을 내려다본다

지붕 아래, 살점 속 가시 발라내는 저녁이 있다

 

가시를 키우며 물고기는 자라난다

물고기만 가시를 품는 걸까

좌우대칭의 가시는 쇠창살이다

마음의 중심을 향해 쌍검을 휘두르며

한 떼의 물고기들 몰려온다

가시의 힘에 의지해 푸르게 살 오르는 물결,

얼룩말 파도 위를 물고기 기수가 달리고 있다

밤새 대양을 넘어 가쁜 숨을 해변에 쏟아놓는다

 

눈물도 가시가 되어 목에 걸릴 때가 있다

꾸역꾸역 찬밥을 밀어 넣어 보지만

生의 가시는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찌르고 어루만지며 가는 길은

기도가 눈물을 덮는 시간이다

좁쌀 같은 알을 품은 물고기

눈물은 유선형으로 구부러져 물살을 헤엄쳐 나간다

 

은빛 달의 바퀴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송연숙 시인 / 난독(難讀)

 

 

저토록 절박한 세레나데 들어 본 적 있는가

초록별 움트기 시작한 논바닥에

쏟아지는 개구리 떼울음

 

민박집 한켠에 벗어던진, 양말처럼 구겨진 언어

한꺼번에 와글대며 달려든다

끊어 읽을 행과 연도 구분되지 않는

난독의 문장

헤쳐 가며 이 밤을 읽는 수밖에

 

돌아누울 때마다 겹겹의 울음 벽

소리 내지 않는 마음도 슬쩍 끼워 놓는다

살만하니까 이런다

살만하니까

말끝을 채우지 못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꽃대 같은 그녀

도려낸 유방에서

쏟아진 울음 풍선 환하게 떠오른다

 

개구리 알처럼 붙어있는 별

꼼지락거리며 부화하는 꼬리가 반짝인다

 

봄밤이 붉게 부풀었다

 

 


 

송연숙 시인

2016년 월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 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9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밀알상 당선. 시집으로 『측백나무 울타리』(시와표현, 2019)가 있음. 현재 『시와 표현』 편집장,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