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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시인 / 저녁 그림자
여섯일곱살 때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열여섯살 때도 열입곱살 때도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반고비 넘은 어느 날에도 갈매기들은 유리창 밖의 어린 모과 나무 새에서 반투명체로 꽃들을 조으다가 마주 보다가 날개를 푸드득이다가 이윽고 먼 수평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늙어서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곳에는 저녁 그림자가 인간의 슬픔처럼 조용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을 것이다.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최하림 시인 / 저녁 바다와 아침 바다
광산촌의 여인은 보고 있었다 물에 뜬 붉은 바다 날빛 새들이 날아오르고 물결에 별들이 씻겨져 제 모습으로 갈앉고 상수리나무가 한 그루 흔들리고 있었다 키작은 사내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일천 피트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으나 가도가도 막막한 어둠뿐 모두 다 뜨내기와 갈보뿐 낡아빠진 궤도차가 달리는 길목에서 어허와어허와 궤도차가 달리는 길목에서 우리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젓가락을 두들기며 노래 불렀으나, 신참내기 전도사도 노래불렀으나 가슴의 멍울은 풀리지 않고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슬픔만 달빛이 내리는 나무 그늘이라든가 산등에서 아주 낮게 흘러내리고 어떤 적의도 없이 흘러내리고 밤이 가고 아침이 오고 새들 무리가 무의미하게 날아오르고 물결에 흔들리는 여인의 얼굴 위로 상수리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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