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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고니 시인 / 첫눈이 오는 소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8.

김고니 시인 / 첫눈이 오는 소리

 

 

서쪽 산이 붉은 하늘을 이고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해를 삼킨 나무들이 바람에 어깨를 떨며

온밤을 지키는 소리를 들었다

 

고기잡이배들이 항구로 돌아오며

새벽울음소리를 감추는 것을 보았다

삼켰던 불덩이에 데어 붉게 멍든 바다,

물거품으로 흐느끼며 눕는 소리를 들었다

 

첫눈이 내리던 날

바람꽃이 피는 소리를 들었다

서쪽 산이 일어나는 것보다 더 슬픈

바람의 눈물을 보았다,

 

바다가 눕는 것보다 더 아픈

사람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시집 『팔랑』 (시산맥, 2019) 중에서

 

 


 

 

김고니 시인 / 그물에 갇히다

 

 

갈매기들이 바다를 끌며 날아간다

바람으로 엮은 그물에 바다를 담아

지구를 돌고 있다

파도가 철썩, 바위를 때리는 건

바람의 그물이 가끔 엉켜버리기 때문이다

하늘이 그물을 수리하는 동안

기다리는 새들은 모래 위를 걷는다

 

수리가 끝난 그물을 물고

갈매기들이 날아오른다

사람은 눈빛으로

새들을 가두고

바다는 물빛으로 엮은 그물을

사람에게 던진다

 

하늘이 붉어지는 것은

그물에 갇힌 해의 몸부림,

새는 바람의 그물을

사람에게 던지고

사람은 벌겋게 데워진 하늘을

눈빛으로 가둔다

 

시집 『팔랑』 (시산맥, 2019) 중에서

 

 


 

김고니 시인

2016년 월간 《see》  추천 시인상을 등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달의 발자국』, 『냉장고를 먹는 기린』 ,『팔랑』과 공저 『첫눈 오는 날』이 있음. 2017년, 2019년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서울시인협회, 강원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