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율 시인 / 또, 검은 밤이
한겨울에도 맨발로 돌 위를 걷는 사람들
사라질 때까지 걷고 또 걷는 검은 밤, 배운 적도 끝도 없어서
오늘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백 명
검은 비닐봉지를 든 사람이 공원 벤치에 앉아 이팝나무 그림자를 단풍나무 아래로 옮긴다 싱크대 앞에서의 인내는 인내일 뿐
나는 돌이 아니야
누가 끝나지 않은 마음을 밤새 찾고 있는 걸까 내일 아침 폐업할 식당 앞에서 흙 묻은 신발을 털고 있는 사람이 또 백 명
신발은 시간처럼 닳고 또 닳아서 사람들이 돌아가고 또 밤이 찾아오고
검은 밤 속에 신발을 두고 간 사람들
오늘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백 명
따라오지 못하고 떨고 있는 자신의 맨발을 지켜보는*
또, 검은 밤이
* 송재학, 「발자국을 기다리는 발자국
월간 『시인동네』 2019년 6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정희 시인 /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외 3편 (0) | 2020.02.09 |
|---|---|
| 도종환 시인 / 달맞이꽃 (0) | 2020.02.09 |
| 최휘 시인 / 참을 수 없는 밥의 무거움 (0) | 2020.02.09 |
| 이미상 시인 /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볼펜 외 1편 (0) | 2020.02.09 |
| 신경림 시인 / 폐광(廢鑛) 외 2편 (0) | 2020.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