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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지율 시인 / 또, 검은 밤이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9.

김지율 시인 / 또, 검은 밤이

 

 

한겨울에도 맨발로 돌 위를 걷는 사람들

 

사라질 때까지 걷고 또 걷는

검은 밤,

배운 적도 끝도 없어서

 

오늘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백 명

 

검은 비닐봉지를 든 사람이 공원 벤치에 앉아

이팝나무 그림자를 단풍나무 아래로 옮긴다

싱크대 앞에서의 인내는 인내일 뿐

 

나는 돌이 아니야

 

누가 끝나지 않은 마음을 밤새 찾고 있는 걸까

내일 아침 폐업할 식당 앞에서

흙 묻은 신발을 털고 있는 사람이 또 백 명

 

신발은 시간처럼 닳고 또 닳아서

사람들이 돌아가고 또 밤이 찾아오고

 

검은 밤 속에 신발을 두고 간 사람들

 

오늘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백 명

 

따라오지 못하고

떨고 있는 자신의 맨발을 지켜보는*

 

또, 검은 밤이

 

* 송재학, 「발자국을 기다리는 발자국

 

월간 『시인동네』 2019년 6월호 발표

 

 


 

김지율 시인

1973년 진주에서 출생, 2009년 《시사사》로 등단,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2018년 『내 이름은 구운몽』으로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역임. 현재 경상대학교 박사수료하고 同 대학에서 강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