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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 시인 / CROW'SEYE VIEW
1
예쁜 제자의 발랄한 몸매…… 를 훔쳐보다 얼른 저녁 노을 을 쳐다보면 대우센터의 스카이라인이 쫘악 가르는 붉은 하늘 아래로
서울역 광장
밀리고 뒤섞이는 저 수많은 `짐승'들…… 아아 나는 저 속에 도저히 도저히 저 속에서는 못 살겠네 나는 절에나 가야겠네
2
옛날에는 나도 그랬다 우리 선생님들 소설 속에서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만발했으면서도 생활 속에서 힘껏 그와 부딪쳐 보면 그는 언제나 안개처럼 모호하게 만져지는 게 없는─늘 속는 기분이었다 늙은 거짓말쟁이……
이제 자꾸 나이가 들고 피로를 알고 세상이 그다지 그다지 아름답게만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는 것을 확실히 확실히 알게 되고 또 그러한 앎에 의하여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이란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짐승의 차원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그런 것이라는 그런 슬픈 깨달음의 절벽이 문득문득 내 앞에서
파도처럼 비명을 지를 때
아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내 지난 날의 그 방자했던 죄악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해야 저 우리 늙은 정직한 선생님들의 `거짓말'들을
뛰어넘을─수가─있단─말인가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박남철 시인 / 감사기도
한 편의 좋은 시를 쓰느냐 못 쓰느냐 하는 문제보다 한 편의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살 아남는 문제가 더 급했다(보,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주여 감사하고 감사하옵니다 감사 하고 감사하옵니다 감사
오늘 이 불 타는 이 몸을 또 이렇게 이 세상 이 모든 일들이 다 이렇게 전능하신 당신의 뜻대로 다 이루어지게 됨을 주여 오 모든 것이 다 당신의 뜻대로 사랑되고 축복이 되어 오 주여 제 이 한 몸 제 이 모든 고통들이
다 우리 자비로우신 우리 주님의 계약된 축복, 이었음을 다 주여 제 이 모든 고통들이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축복을 축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척하며 괴로와하였던 저를 주여 알고 계셨더군요 귀엽게 생각하실 줄을, 용서하여 주실 줄도 이미 다 알고 있었지요만, 오 주여 제 이 모든 빛과 어둠들이
송두리째 당신의 뜻으로 되어 주여 저는 언제나 믿고 믿을 수, 없었사오며, 오 주여 저는 안 믿는 척하며 남 몰래 믿고, 있었사오며 저는 끝끝내 믿고 믿을 수밖에는 그렇다고 별도리도 없었사오며, 두 다리 벌리고 서서 하늘 향해 울부짖을 수밖에는, 없었사오며, 오 주여 저의 이 모든 사랑들이
다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 기도 올리면서 언제나 옆에 느껴지는 아버지시여…… 기필코 당신의
빚 갚을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보,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아멘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박남철 시인 / 공황
열차가 지나간다 25,000V의 고압선을 따라
내 왼쪽 귓속을 뚫고 들어가 오른쪽 귀 밖으로 탄환처럼 열차가 열차가 빠져 열차가 달아난다
어머니─어머니─이─고통을─이─고통을─,
`세월이여!' `시간이여!' `역사여!'
어머니머니니이이이……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박남철 시인 / 광인일지
1
`헛수이, 쳐라!'
저런 늙은 놈 보게 저 저 저 저 가랭이를 쪽 찢어 죽일
머 어째, 으쩌, 별들이 요절하는 소리 좀 들어 보라고?
저 저 저 저 저, 저런 늙은 놈 보게
환갑이 지났으면 이젠 철 들 때도 됐을 텐데 국으로 주는 밥 먹고 그냥 가만 있어도 책임이 많을 그 나이에
저 저 저 저 저, 으쩌 저런 늙은 놈 좀 보게
오입이 안 될 나이니까 이젠 원 별 소리도 다 하나 봐
쩌 저 쩌 쩌 쩌, 더 쳐라, 원 별 별 ×지 껌 씹는 소릴 다 하네
저 저 저 저 저, 더 쳐라, 으쩌 저런 늙은 놈 좀 보게
저 저 저 저 저, 더 쳐라, 저런 늙은 놈 좀 보게
봐 봐 봐 봐 봐, 으쩌,
히히히히히히히…… 정말 죄송합니다…… 요새 하도 장단이 맞지 않아서 그냥 장단 한번 맞춰 보았을 뿐입니다……
2
이제 잠들 좀 깨느냐 이제 잠들 좀 깨느냐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악머구리 같은 내 형제들이여 이제 잠들 좀 깨느냐
너무 아프더냐 너무 억울하더냐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이제 그대들이 깨어나면서 퍼부운 융단폭격에 이제 내 몸은 병들었구나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아직도 내가 그렇게도 미우냐, 아 슬프구나 아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저기 지하에서 깨어난 큰 사육신 형님들도 몇 분 계시는구나
얼럴럴 네기럴꺼,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형제들이여 저기 하늘에서 깨어난 큰 생육신 형님들도 몇 분 계시는구나
반시대적 고찰, 한겨레,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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