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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한라 시인 / 꿈꾸는 흰나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1.

장한라 시인 / 꿈꾸는 흰나비

 

 

위로받지 못한 고통과 상처

맺힌 한이 주먹 속에서 울고 있다

 

맨발로 발 편히 딛지 못한 세월

날개를 편다 남과 같은 세상으로

 

잃어버린 소녀의 꿈, 날아오른다

 

디카시집 『새벽을 사랑한다면』(시와실천, 2019) 중에서

 

 


 

 

장한라 시인 / 낮은음자리 우수

 

 

우수, 가만히 불러보면

소소리바람에도 담장을 지켜온

담쟁이덩굴 가녀린 줄기마다 귀 돋아나요

 

비에 젖은 낡은 바이올린을 켜며

우-수- 나지막이 불러보면

담장 너머 새벽을 열던

신문이요 외치는 소년에게 건네주는

따뜻한 입김 한 소절

 

막내를 묻고 돌아온 지독한 슬픔 뒤의

아침이 와도

다음다음 아침이 와도

눈물 되어 남아 있거든

 

깍지 낀 손 입가에 대고

살구꽃 망울 환하게

우수 우수- 불러 보면

오므린 손마디마다 슬픔도 비에 녹는지

 

겨우내 침잠(沈潛)했던 물관이 밀어 올리는

멀리서 더 멀리서

단비 몰고 오는 소리

 

아주 낮게 스며드는 우수래요

 

*우수: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

 

시집 『즐거운 선택』(시산맥, 2016) 중에서

 

 


 

장한라 시인

부산에서 출생. 1985년 김남조 시인의 사사를 받으며 시 입문. 2015년 첫 시집 『즐거운 선택』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9년 디카시집 『새벽을 사랑한다면』 상재.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9년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수상. 『부산펜문학』 편집장,  시전문지 『시와편견』 편집장. 도서출판 『시와실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