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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숙 시인 / 유추프라카치아*
1.
모래가 숨 쉬는 방 안 어둠이 등을 말고 누웠다 잃어버린 고양이, 우주의 목소리 들리지 않는다 남겨진 자의 울음을 들고 들어선 골목 그림자가 앞장을 선다
가족을 찾습니다 전봇대에 붙여 놓은 전단지, 찢겨져 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의미가 잡풀 같이 자라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야생의 쓰린 소리가 났다 가을을 밀고 가는 귀뚜라미 울음 속 허공을 헛디딘 마른 꽃들이 떨어져 내린다
편두통의 송곳, 밤새 하늘을 긁어댄다
2.
상처의 안쪽을 더듬으며 쓰윽 핥아주는 가시 혓바닥 가시투성이 시간이 거기 매달려 피 흘리고 있었다
야생의 눈동자에 들어선 허공 초점 없는 뼈들이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입김보다 가벼운 생의 털가죽이 패여 나가고 엉겨 붙은 핏덩이 사십일, 사막의 바람은 그의 살마저 모조리 발라냈다 잿빛으로 무너지는 몸의 무덤 쓰레기더미의 그를 들어 올리는 손이 있었다
3.
링거 줄에 매달린 고양이의 호흡 말줄임표로 떨어지며 말없는 말을 한다 태양을 바라보던 오후 네 시의 눈동자 가늘게 닫힌다
어디로 갔을까 그가 데리고 떠난 내일(來日), 발자국이 없다 무중력 시간의 날개, 발자국이 없다
우주, 고양이를 묻고 내려오는 산길 말린 혀처럼 떨어진 잎들 풍화되는 시간의 틈 사이로 흐른다 흘러 구름이 되고, 흙이 되고, 나무(南舞)가 된다 낙엽을 덮고 생각에 잠긴 떡갈나무 떨어지는 잎들은 제 무게를 땅에 내려놓아 가벼운데 그 무늬까지 껴안은 어깨 출렁거린다
햇솜보다 가볍던 호흡, 빗물에 젖는다
* 유추프라카치아: 아프리카에 있다는 결벽증이 심한 음지식물, 사람의 손길이 한 번 스치거나 닿으면 죽지만 한 사람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닿으면 잘 자란다는 상상의 식물. 사랑 받아야 할 대상을 일컫는 상징어
송연숙 시인 / 얼음의 지층
발목에 추를 달고 누웠다 병실 커튼 뒤에서 나는 얼음 계곡을 오르는 한 마리 물고기
구름처럼 떠 있는 부레에 얼음은 차 오르고 심장 근처를 지나 지느러미까지 확장이 된다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하는 냉각의 속도를 버틴다
수초들은 더 이상 등지느러미를 간질이지 않는다 등고선의 계단을 걸을 때마다 나뭇잎은 눈물로 얼룩진 병상 일지처럼 찢어져 물밑에 가라앉고 얼음의 무게에 몸을 씻는다
무게의 중심이 기울어진다 쇳덩이 추들이 줄을 당길 때마다 공중에서 기울어진 발자국들 걸어 나온다
발 디딜 물길이 차고 단단하다 붉은 혀를 내밀어 소리치지만 내게서 떠나야할 언어들은 뻐끔거리다 얼어버린다
밤새 켜 놓은 옆 병실의 웅성거림이 얼음의 지층 아래 물소리로 흐른다
얼음 갈피에 끼어 있는 빛 한 줌이 지층의 틈을 조금씩 벌린다 물결마다 숨어 있는 빛을 햇빛이 들어 올린다
2016년 월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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